스즈메의 문단속
- 관람일: 3월 11일
- 작품의 소재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제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왔는데 마음 속에서 많은 생각이 있어 정리하기 위해 글을 남깁니다.
콘텐츠에 대한 감상을 남기는 것이 오랜만이라 두서 없을 수 있겠습니다.
[1]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 대한 인상과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게 된 계기
딱히 없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정말 안 맞는 것도 많았기 때문에, 기회가 닿거나 마음이 동하면 보지만 굳이 기다렸다 찾아 보지도 않는 타입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색감을 가장 좋아하고, 스토리나 연출은 취향에 안 맞을 때가 제법 많았거든요.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의 경우 주변의 추천(“<너의 이름은> 괜찮게 봤으면 실패는 안할거에요!”)과.. 남자친구가 신카이 마코토의 팬이기도 하고.. 평이 좋아 마음이 동해 시간도 맞겠다 보게 되었습니다.
이게 좋은 감상이 남은 이유였던 것 같은데요…
무슨 내용인지 아예 모르고 그냥 ‘신카이 마코토 신작~ 평 좋음~’ 하고 가볍게 예매를 해버린 것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번외] 3월 11일 동북대지진에 대한 개인적 의미
자세한 내용은 가장 아래에 접어두었습니다.
일단.. [스즈메의 문단속]이 지진이나 재난을 다뤘다는걸 관람 전날(3월 10일)에 깨닫고, ‘하필 3월 11일에 예매해 버렸네,,’ 라는 석연찮은 기분과 울적함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동북대지진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란건.. 영화 보면서 알았습니다. 같은 날짜에 보니까 더 미칠거 같더라고요.
이런 제가 하필.. 3월 11일에 [스즈메의 문단속]을 봐버렸고..
하루종일 기분이 너무 복잡해 일요일 아침부터 글을 적습니다..
[2] [스즈메의 문단속] 평가
제가 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좋았습니다.
[2-1] 미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알게 된 것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라는 짧은 애니메이션이 시작이었고,
그 후 다른 작품들을 접하면서 색감이 멋지고, 자연풍광을 잘 그리는 감독이란 인상이 있었습니다.
사실 감성이나 연출이 저랑 안 맞을 때도 아트웤이 마음에 들어서 본 작품도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시작부터 예쁜 자연풍광과 예쁜 색감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기대할 수 있겠다라는 든든한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2-2] 스토리 좋았던 점
저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쓰는 ‘판타지’를 안 좋아합니다. <별을 쫓는 아이>가 엄청.. 엄청 별로였거든요….
[스즈메의 문단속]도 예고편에서 고양이가 말을 하고 남주가 의자가 되는게.. 느낌이 안 좋아서, 추천이 없었다면 안 봤을 겁니다.
아무튼,
뚜껑을 열어보니 제법 괜찮았습니다.
실제 일어나는 자연현상(지진)과 사회의 모습(지진경보 등)을 그대로 가져온 다음에,
작품 속 세계관(미미즈, 문단속)을 살짝 얹어서 어색하지도 않았고요.
솔직히 말하면 ‘지진을 막는다’라는 허구의 설정이..
‘지진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의 표현으로 다가와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규슈에서 북으로 계속 올라가는 과정이 저에게는
동북대지진의 진원지로 물리적으로 점점 가까워지면서 스토리적으로도 현실의 ‘동북대지진’이 점점 표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후쿠시마를 통과하는 순간 ‘이거 주제가 진짜로 동북대지진이구나’하고 한 번 더 깨달았습니다.
후쿠시마를 지나면 최애의 고향(이시노마키)이 나옵니다.
지도에서 센다이를 통과하고, 공사중인 도로를 지날 뿐인 분량이지만,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재건중인 현실 그대로의 모습이라 저는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그리고 3월 11일이 스즈메의 일기장을 통해 표현되는데요.
나에게도 이렇게 슬픈 기억이고 힘든 기억인데 당사자들은 어떨까? 라는 무거운 마음입니다.
지금도 이 부분만큼은 어떻게 글을 남겨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대신,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이니까.. 그리고 토지시라는 존재가 있으니까. - 애니메이션 속의 장치와 설정을 통해 재난을 막고,
우리는 자연재해 앞에서 무력한 존재지만 그래도 하루라도 더 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라고 해주는 부분이 재해에 대한 치유를 주는 부분이라고 느꼈어요.
주인공인 스즈메도 재해생존자이기에 본인의 생명을 경시하지만 사실은 살고 싶다는 표현을 하는 부분이
동북대지진 생존자들에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2-3] 스토리 아쉬웠던 점
길게는 안 적겠지만..
전체 스토리 흐름을 위해 생략되거나 개연성을 살짝 무시하고 전개되는 부분들?이 있다고 느꼈어요.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서 스토리를 끌어가기 위한 판단이었겠거니 싶습니다.
그..리고.. 어찌됐든 한 명 희생시키기 전략..이라고 할까요.. 암튼 그거요..그거…
[3] [스즈메의 문단속] 감상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 대한 평가가 바뀌게 된 작품이에요.
너무 좋았고.. 일본 내수용으로도 잘 먹히고 외부로도 잘 먹히게 만들었다는 느낌?
물론 일본 내와 일본 외에서 느끼는 감상의 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작품 내 ‘지진’을 ‘동북대지진’이라는 사건과 연결해서 감상해도, ‘재해’라는 주제로 연결해서 감상해도 괜찮은 작품이어서 좋았습니다.
‘동북대지진’ 이후 일본의 콘텐츠가 이 사건을 계속 다루고, 벗어날 수 없다는걸 많이 느꼈는데요.
그렇기에 더더욱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작중에서도 정말로 12년 전 사건이라는 점이..
그때 어린 아이였으면 지금 저렇게 자라는 시간이라는 점이..
그리고 저런 사람들이 실제로 많을거란 점이 슬프고 복잡한 기분이었어요.
마음이 힘들어서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은 있지만 제 안에서 오랫동안 좋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주가 진짜 취향으로 생겼는데 역시나 마음에 들어서 너무 민망하고요..
의자로 나올 때가 많아서 너무.. 아쉽습니다.. 감독님.. 비쥬얼 좀 더 내주시죠..
[번외] 접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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